크로스오버Crossover

네오 베네치아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날씨가 쾌청한 날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몇 개월씩 집이 물에 잠기는 아쿠아 알타를 지적하며 생각보다 네오 베네치아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반박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날씨보다는 기후 쪽에서 따져야 할 일이므로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어쨌든, 이런 기후 때문에 네오 베네치아 특유의 곤돌라 사업이 번성할 수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뿌이뉴-!”

물길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수많은 곤돌라 중 하나에서, 화성 고양이 한 마리는 예닐곱살 즈음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적어도,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헤헤- 폭신폭신.”

사람의 말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지능을 지닌 화성 고양이만큼이나, 그 고양이를 만지작대고 있는 소녀도 아무 데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소녀는 아니었다. 어깨를 살짝 넘기는 금발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에메랄드빛의 초록과 석류석[garnet] 같은 붉은색의 오드아이 눈동자를 가진 것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옷도 누군가가 신경 써서 입혀 준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에, 산 마르코 광장과 같은 복잡한 곳을 활보하고 돌아다닌다면 웬만큼 둔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한 번 정도는 눈길을 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오드아이의 소녀는 이제 고양이의 몰캉한 배를 만지는 것도 지루해졌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거의 혼절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던 고양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곤돌라 반대편에 있는 의자로 몸을 날렸다. 덩치에 비해서는 날렵한 움직임이다.

“아리아 사장님, 괜찮아요?”

고양이가 뛰어든 옆쪽에 앉아있던 또 다른 소녀가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다. 불쌍한 얼굴을 한 채로 웅크려 있는 고양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이쪽에 앉아 있던 소녀는 방금 전의 오드아이 소녀와는 달리 머리는 짧았지만 뒤쪽을 빨간색의 큰 리본으로 묶어 나름 포인트를 만들어 두었다. 나이는, 겉보기로는 조금 애매하지만 어휘의 사용 정도나 행동거지로 보았을 때 이쪽이 두어 살 정도 더 많다고 추측할 수 있다.


“비비오, 라고 했던가?”

좌석에서는 나름의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곤돌라에 서서 노를 젓고 있는 운디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광경일 뿐이다. 여름이어서 하복 상태의 정복을 입고 있는 운디네는 아직 프리마는 아닌 듯, 한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흰 제복에 파란 가로 줄과 리본이 시원하게 포인트를 주고 있었고, 팔소매 부분 근처에는 검정색 배경에 노란 색 선으로 'A' 비슷한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회사 로고이리라.

“응! 타카마치 비비오.”

좁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비비오는 운디네의 말에 그녀 쪽을 쳐다본다.

“곤돌라는 처음일 텐데, 불편한 데는 없고?”
“예! 재밌어!”

미묘한 존칭과 반말의 사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운디네는 그런 오드아이 소녀를 향해 방긋 웃는다. 앞쪽으로 늘어뜨려진 두 가닥의 핑크색 머리가 살짝 움직거린다. 소녀도 따라 웃는다.


운디네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녀 또한 성실하게 훈련받은 페어이기 때문에, 소녀와 대화하면서도 절묘하게 노를 조작해서 반대쪽에서 오는 곤돌라를 피하면서 크게 회전을 한다. 대운하에 접어들면서 아까 전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에는 네오 아드리아 해가 보이고, 앞쪽에는 아스라이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종탑이 보인다.

“아카리 언니,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지쳐 잠든 고양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단발의 소녀가 물었다. 아카리라 불린 운디네는 뭔가 멍한 표정으로 ‘호헤-’ 라는 묘한 소리를 내었다. 아카리는 사실, 이틀 전부터 근의 머릿속을 사로잡고 있는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비비오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자신의 착각인지 아니면 뭔가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뭐, 기분 탓이겠지?’

그녀 특유의 낙관적인 사고는 그런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또 다시 그 의문은 저 멀리로 밀려났다.

“산 마르코 광장. 아이카와 아리스를 카페 플로리안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아쿠아에 왔을 때는 처음 보는 거지, 그 둘?”
“예.”

아이와 아카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목적지인 산 마르코 광장 정박지에 도착했다. 아까 전부터 꼬박꼬박대면서 졸고 있떤 화성 고양이는 몇 번의 위기 끝에 결국 정박할 때의 반동 때문에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곤돌라 바닥에 낙하충돌했다.

쿠웅

“아, 아리아 사장님!”

아카리의 안타까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아이도 ‘아리아 사장님, 괜찮으세요?’ 하면서 떨어진 쪽으로 몸을 굽혔지만, 바깥의 경치에 정신이 팔려 있는 비비오는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관심이 없는 성 싶었다.


그렇게 세 소녀와 한 고양이의 오전이 시작되었다.

(총 2,43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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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군 | 2008/07/02 20:34 | 갈겨쓰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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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무장괴한 at 2008/07/02 21:01
오, 오오오!!!
분위가 매우 평화롭습니다~[흐물흐물] - 무장괴한.
Commented by 현실히즈 at 2008/07/02 21:51
오오, 이래서 성우장난이란 말을 하신거였군요?!
Commented by eternium at 2008/07/02 22:03
성우 장난....비비오 양과 아이 양은 도플갱어를 본 사람같은 반응을....보이지는 않군요.
두 소녀는 영혼차원의 동질감,그리고 네오 베네치아라는 도시 특유의 분위기때문에 엄청 친해지겠죠.

그리고 저도 나름대로 아리아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를 섞은 글을 갈겨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어주는 사람이 너무 없달까.....저는 다른 사람들이 때려주는 비평 댓글이라는 채찍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변태라 너무나도 쓸쓸합니다.
Commented by wizard at 2008/07/02 22:47
서...성우가?!
Commented by 무장괴한 at 2008/07/03 22:28
역시 아리아..! [흐물-] - 레녹
Commented by 메이군 at 2008/07/04 12:06
무장괴한님, 풀려셨군요.
현실히즈님, wizard님, 옙. 성우 장난입니다.
(비비오 CV = 아이 CV)
eternium님, 그러니까요. 상상만 해도 재밌을 성 싶습니다.
레녹님, 승리의 아리아!
Commented by 천류화 at 2008/09/12 01:30
아이와 비비오 유노는 같은 성우......
뭐냐 이 로리타 플래그는 -_-(너 적당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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