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듣는 자

프로펠러의 귀가 먹먹해질 만큼 큰 소리는 출입문을 여나 닫으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서서히 느려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펠러가 일으키는 먼지가 페이트의 눈을 살짝 찌푸리게 했다.

“페이트 테스타로사 집무관 되십니까?”

프로펠러 바람에 거의 벗겨지려는 관리국 제복을 붙잡으며 국원 하나가 헬리콥터 쪽으로 다가왔다. 페이트는 대답을 하려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페이트가 헬리콥터에서 내려 다가오고 있던 국원과 만나던 때 즈음에서는 프로펠러의 소리도 많이 잦아들었다.

“일단 회의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

컨테이너 박스를 몇 개 이어붙인 외양의 건물 안에는 수많은 장비가 널부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연결선이나 전원 선들이 아무렇게나 깔려있었기에 정신을 놓고 걷다가는 바닥과 입의 딥키스를 맛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 지뢰밭 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국원들은 놀랍게도 그런 것이 있지도 않은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회의실 앞에서 페이트를 에스코트해 준 국원은 인사와 함께 돌아갔고, 페이트 혼자만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센서 범위에 몸을 집어넣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부에서는 서너명의 사람이 지도를 중간에 띄워놓고 한창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소령님. 페이트 테스타로사 집무관, 인사드립니다.”

상석 자리에 앉아있던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이군. 이래저래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회포는 뒤로 미루도록 하지.”

어깨가 미묘하게 무거워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장교 특유의 자신감이 여전히 서려 있었다.

방에 남는 의자가 없었기 때문에, 국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페이트는 사양했지만, 소령이 강권하는 통에 결국 자리를 양보해 준 국원에게 목례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은 받았나?”
“현재 이곳에 분쟁상황이 있다는 것 정도는 들었습니다만, 자세한 사항은 현지에 가서 통보받으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분쟁상황이라고 할 건 없지.”

소령은 지도에 손을 대 중간 부분을 확대켰다. 국경선을 나타내는 굵은 선 몇 개와 구역을 표시하는 색이 지도 위에 입혀져 있었다.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중립지대인데, 이곳을 경유해 엄청난 양의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네. 그 동안은 출입증을 발급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제지할 수 있었지만 어제 출입국사무소 근처에서 일어난 폭동 이후로는 간단한 몸수색만 하면 움직일 수 있게 바뀌었지.”
“저쪽 도시연합에서는 반응이 어떻습니까?”
“공식적인 입장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지만, 정보원이나 비공식 접촉로로 넘어오는 정보를 보면 그쪽도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야. 지금 와서 중립지대를 통한 이동을 봉쇄했다간 폭동이 일어날 테니 그러진 못하는 실정이고. 게다가 이쪽으로 넘어왔던 사람들도 정착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반나절, 길어야 하루 이틀 있다가 자기네 쪽으로 도로 돌아오니 뭐라 책잡을 것도 없고.”

애초에 중립지역을 거치는 제한적 소통을 허가하자고 말을 꺼낸 것이 도시연합 쪽이니만큼 자기들이 먼저 그걸 막아버리는 것도 모양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우리도, 저쪽도 이런 상황을 썩 달갑게 여기고 있지는 않아. 내부적으로 도시연합 사이에 관리국에 붙으려는 움직임이야 옛날부터 있었지. 하지만 총리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경계선은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우리와 교류하는, 일종의 이면정책을 선호하고 있어. 우리랑 완전히 합쳐버리면 자기들 자리가 당장 없어지니까. 우리 쪽에서도 그 쪽이 나은 것이, 정식으로 저쪽 영토가 우리 권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들게 될 돈과 인력도 만만치 않아. 여차하면 있던 거점도 감축하라고 압박이 들어오는 마당에, 굳이 고민거리를 떠안을 이유는 없지.”

페이트는 그동안 올라온 정례 보고서들을 간단히 훑어보고 있었다. 몇 분 정도 보고서를 더 들여다보다가 패널을 닫을 때까지 페이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문제 상황은 파악했습니다만, 여기서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면 여기 계신 분들이 더욱 잘 조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집무관은, 물론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범죄자에 대한 조사 및 체포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고 있는 대량이동 현상은 물론 사회불안을 유발하는 요소이긴 하지만, 특별한 배후가 있는 것도 아니요 범죄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집무관이 이런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8시간 뒤에, 도시연합 수뇌부와 고위급 회담이 있네. 말이야 거창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번 문제에 대한 대책 협의를 위해서인데, 그 쪽에서 조건을 붙였어. 페이트 테스타로사 집무관을 무조건 참석시키라고.”

소령은 옆에 놓여있던 물잔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일단 3년 전 국경 조정협상을 할 때 제가 협상단 내에서 활동한 적이 있긴 한데, 그것 때문일까요?”
“이유까진 말해주지 않더군. 그저 자네가 없으면 협상은 없을 거라는 간단한 입장이야.”
“그게 조건이라면 참석해야 하겠지요. 협상단은 구성됐습니까?”

소령이 오른손을 살짝 움직이자, 페이트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있던 국원 두 명이 일어났다.

“둘 다 이곳에서 일한 지도 오래 되었고, 도시연합 실무진들과도 친분이 있는 녀석들이야.”

그리고 소령은 손의 방향으로 옮겨 페이트의 뒤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자네 옆에 서 있는 녀석이 협상단 부단장일세. 실력은 있는데 가끔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조심하고.”
“소령님! 집무관님이 오해하시겠습니다!”

소령은 그저 씩 웃어주었고, 페이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페이트 테스타로사 집무관입니다.”
“블라디미르 제닝스 중위입니다.”

중위가 손을 잡은 채로 90도 인사를 연거푸 하는 통에 페이트도 같이 90도로 인사를 하는 재밌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그런 광경을 보며 소령은 낄낄댔고, 다른 국원들은 넋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회담 전략에 대한 이런저런 토의가 이뤄졌다.

“사실.”

한창 회담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급 관료들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하던 중위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예?”

“지루하시죠? 테스타로사 집무관님 정도 되면 저같이 이런 포스트에서 몇 년 짱박혀있는 사람보다는 경험도 훨씬 많으실 텐데 말입니다.”
“무슨 말씀을.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실력도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게 많죠.”
“겸손하시기까지! 저같은 소인배에게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경지지요.”

일부러 어깨까지 으쓱이고 있는 중위를 보며, 페이트는 더 이상 반박은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떨어뜨릴 뿐이다. 옆의 국원들은 둘 사이에서 어떤 반응을 취해야 할 지 몰라 그저 멀뚱멀뚱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2시간 전, 국원 하나가 들어와서 차량이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필요한 자료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곧 일몰시간이었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물체에 모두 주황색 필터가 씌워져 있었다.

“얘들과 상대하면서 밤중에 회담하는 건 처음이네요. 새벽같이 시작한 적은 몇 번 있지만.”

보조석에 올라탄 중위가 투덜거리는 동안 차도 검문소 근처에 깔려있는 과속방지턱 때문에 울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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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by 메이군 | 2008/10/11 17:03 | 갈겨쓰기 | 트랙백 | 덧글(3)

10만원 권 발행 잠정중단?

10만원권 ‘독도’ 도안…한은 “어찌 하오리까” - 2008년 10월 8일자 경향신문

내용인 즉슨, 10만원권 뒷면에 대동여지도를 넣으려고 했는데 이게 목판본에는 독도가 안 그려져 있답니다. 그래서 독도를 그려넣으려니 없는 걸 그려넣으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원본을 따라 안 그리자니 국민들에게 두고두고 까일 게 HD 급 비디오죠.

그래서 한국은행이 10만원 권에 대해 디자인 부분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일단 발행을 보류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5만원권은 2009년 상반기를 목표로 계속 진행한다고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빨리 고액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어떻게 되려나요.

by 메이군 | 2008/10/10 19:10 | 잡설 | 트랙백 | 덧글(5)

[설문] 팬픽 뒤에 코멘트 달기?

부진하지만팬픽 쓰는 사람으로서 언제부턴가 계속 궁금했던 거 한 번 설문으로 올려봅니다.

팬픽 뒷부분에 몇 줄 정도 코멘트 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달다가, 최근에는 엥간하면 달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이유라고 한다면, 그런 걸 써 놓는 게 독자에게 뭔가 강요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게다가 덧글이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괜히 우울해져서

팬픽 쓰시는 분들은 그런 '코멘트' 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여담이지만, 어제는 한글날이었죠


by 메이군 | 2008/10/10 06:45 | 잡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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